사실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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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결과
선고
핵심 쟁점
- 준강간죄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 피해자의 기억상실이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의사형성능력 또는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인지 여부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CCTV 영상 등 객관적 자료 사이의 관계
-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였다는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 항소심이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과 사실인정을 뒤집을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 여부
판례 포인트
- 항소심은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나는 등 현저히 부당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 준강간죄에서 피해자가 당시 행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CCTV 영상에 나타난 피해자의 이동, 방향 인식, 보행 상태 등 객관적 사정은 피해자의 당시 상태 판단에 중요한 자료로 고려되었다.
- 피해자가 블랙아웃 증상으로 사후 기억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경우, 당시 의식적 행동 가능성과 준강간 성립 여부를 구별하여 판단하였다.
-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는 피해자의 상태 자체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였는지까지 증명되어야 한다.
-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공소사실의 핵심 요건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준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술을 마신 뒤 기억이 없으면 항거불능이 인정되나요?
이 판결은 피해자가 술을 마신 뒤 일부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준강간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CCTV상 피해자가 비교적 정상적으로 걷고 이동 경로를 찾아 돌아온 점 등을 근거로, 당시 의식적으로 행동했으나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노1666 준강간 사건에서 무죄가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고등법원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자가 성행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그런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준강간의 고의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준강간에서 알코올 블랙아웃과 심신상실·항거불능은 어떻게 구별되나요?
이 판결은 블랙아웃을 당시에는 나름 의식적으로 행동했지만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보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차량까지 걸어가고, 이후 클럽 방향으로 혼자 빠르게 돌아온 사정 등을 들어 블랙아웃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곧바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준강간 사건에서 CCTV 영상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법원은 클럽 계단과 주차장 CCTV에서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피고인의 차까지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동한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또 약 한 시간 뒤 차량에서 내려 클럽 방향으로 혼자 빠르게 찾아온 점도 당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게 하는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준강간죄에서 피고인의 고의는 어떤 사정으로 인정되거나 부정되나요?
이 판결은 피고인 입장에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의 이동 모습, 사건 장소가 번화가 공영주차장이었고 사람들이 오가는 상황, 대리기사를 부른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에 나아갔다는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준강간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쉽게 뒤집을 수 있나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이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나는 등 원심 유지가 현저히 부당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삼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정이 새로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준강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판결 내용
준강간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군 검 사】
대위(진) 조성운(기소), 대위(진) 이해민(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천선 담당변호사 공준식
【원심판결】
제2함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22. 6. 10. 선고 2021고10 판결
【주 문】
군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 공소외 1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주된 부분에서 일관된다. 공소외 2의 진술과의 불일치나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범죄사실의 주요부분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피해자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허위신고할 동기가 없는 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인 패싱아웃 또는 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음주정도, 범행 전후의 CCTV 영상 속 피해자의 모습과 상황, 피해자의 진술과 대리기사인 공소외 3, 피해자의 지인인 공소외 2의 각 진술의 불일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클럽을 나와 피고인의 차량으로 이동하던 당시 다소간 약한 정도의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는 할 수 없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상세히 설시한 사실 및 사정들과 아울러,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까지 더하여 보면,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행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신상실’의 상태 내지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과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 및 이용한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위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군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군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자는 2020. 1. 4. 01:06경 지인인 공소외 2와 함께 클럽에 입장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02:10경 클럽에서 함께 나오는데, 클럽계단을 오를 때 피고인은 피해자의 허리와 둔부 쪽을 감싸안고 계단을 오르면서 피해자를 다소 지탱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피해자는 입에 담배를 문 채로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곳에서도 정확히 그 방향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을 비추고 있는 CCTV 영상에서 02:12경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에 타기 전 한 발 뒤로 물러서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에 손을 두르며 차에 들어가도록 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 때에도 피고인이 강제력을 쓰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클럽에서 나와 피고인의 차가 주차되어 있던 공영주차장까지는 도보로 거리 126m를 걸어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피해자는 위 거리를 피고인과 함께 비교적 정상적으로 걸어갔을 뿐만 아니라, 한 시간 가량 뒤 클럽으로 돌아올 때에는 차에서 내린 후 클럽 방향으로 정확히 혼자서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찾아 왔는바, 클럽에서 피고인의 차가 주차된 장소까지의 이동경로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사건 당시 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소주 1병, 클럽에 들어와서 피고인을 만나기 전 양주 2~3잔, 피고인을 만난 후 양주 2~3잔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하고 있고, 평소 주량은 소주 2병이라 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주량을 넘어서 마시게 되면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나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술을 마신 이후 기억이 아예 통째로 사라지는 경험을 해 본 적도 더러 있는 편이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지인으로서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클럽에 갔던 공소외 2 역시 원심법정에서 피해자의 주량은 2병 정도로 그 정도 마시면 어떨 때에는 기억을 못하고 필름이 끊길 때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클럽에서 만나 이름, 나이, 직업을 말해주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시며 위와 같은 인적사항을 들었다면서 피해자의 본명을 정확히 알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클럽에서 피고인 일행이 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후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피고인의 차량 뒷좌석이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인과 함께 담배를 물고 계단을 올라갔던 것도,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음에도 외투도 입지 않고 클럽 밖으로 나간 것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에서 나간 후로 클럽으로 뛰어 들어가 공소외 2와 연락한 후 공소외 2의 부축 하에 클럽에서 나오고 당일 바로 신고를 한 점 및 피해자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피고인을 무고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해자 진술이 거짓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본 피해자의 클럽에서 차량까지의 이동 행적, 클럽내부 및 주차장의 CCTV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피해자의 모습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술에 취하여 당시에는 나름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였으나 나중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결국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자신의 진정한 의지와 무관하게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에 호응했을 수는 있겠으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다가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것(소위 ‘원나잇’)이 아주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사건 발생 장소인 피고인의 차는 번화가 한복판 공영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 옆 차도와 인도가 구별되어 있지 않은 길로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직전 피고인이 대리기사를 불렀고 사건 발생 후 20분 가량이 지나 대리기사가 왔는데, 차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고 대리기사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점 등까지 더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까지 나아갔다는 준강간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군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